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On Liberty)'는 19세기 중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탐구한 철학적인 책이다. 밀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범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며, 개인이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논의한다.
현대에는 기술의 발달과 인식의 변화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에 의해서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다수의 횡포’는 여전하게, 아니 더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로써 사회는 개인에게 동일한 행동과 생각을 요구하곤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구권 국가에 비해서 그 정도가 심한 듯 하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는 것도, 연예인들에게 과잉 도덕을 요구하는 것도. 존 스튜어트 밀은 무려 19세기에 사람들의 획일화를 경계하여, 개별성을 위한 개인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밀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고, 확신이 있더라도 억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론을 통해 그 잘못이 검증될 필요가 있으며, 어떤 진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정되기 때문에 의견 자체를 억누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토론을 통해 결점을 못 찾은 생각을 진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논의의 기회조차 막기 위해 진리라고 가정하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기존의 옳은 생각이라도 토론을 거치지 않았다면 ‘미신’에 불과하다고 밀은 주장한다. 밀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지성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침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지적 발달로 이어지는 이상향을 꿈꾼 듯 하다.
밀은 인간은 개별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기계가 아니라, 내면의 힘에 따라 스스로 발전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시키는 것만 하고, 기존 의견에 휩쓸려 획일화되는 것은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의 기질을 알려고 하기보다 군중 속에 묻혀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취향은 어떻고, 성격은 어떤지 등 고민을 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에 더 잘 섞이는 느낌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신분 및 경제 여건이 비슷한 사람이 하는 일에만 궁금해할 것이라 밀은 말했다. 이 부분을 읽고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떠올라 씁쓸하고 슬펐다.
인간이 가지는 욕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다. 따라서 욕망이 크다는 것은 에너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나쁜 곳에 사용되지 않게 양심을 통해 잘 억제함으로써 좋은 에너지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 얼마나 잘 억제를 해야할까? 자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밀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 절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행위의 범위를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긴 하다.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밀은 타인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고, 그 사람을 멀리할 수는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그 사람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일을 잘못해서 이미 자신의 삶을 망치고 있음에도 더 망치려고 하는 건 안된다는 것이다. 즉, 동정이나 혐오의 대상은 될 지라도 노여움이나 분노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요즘 연예인들에게 과한 도덕적 기준으로 비난하는 현상들이다. 자신이 한 잘못으로 인해 사회적인 처벌이나 사회적인 손해를 입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요즘 사회가 화를 많이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밀은 이렇게 처벌할 생각보다는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화가 많은 요즘 사회에서 자비?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밀이 자유는 ‘누릴 만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미성년자와 미개인 등 자유에 대한 판단이 미흡한 사람들은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밀이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자기-발전이라는 목적에 입각한 자유를 지향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자유라면, 쾌락만을 좇을 자유나 본인의 생명을 포기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는 자유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자유가 그저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전을 원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인 듯 하다.
정보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이 중요하게 떠오른 오늘날에 밀의 논의는 중요하고, 자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다양한 시도에 맞서, 근본적인 자유의 원칙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유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과 더불어 실질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면 더더욱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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